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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체성과 일관성에 관하여
June 1, 2026
'정체성'과 '일관성'은 브랜드 실무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지만, 관련 실무자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그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런 오해들은 브랜드 전략을 ‘인지 형성을 위한 동일 표현의 반복’ 정도로 이해하게 만들고 기업의 성과와 혁신을 서서히 소멸하게 만듭니다.

*본 아티클은 하이드라프트®의 컨설팅 에셋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사전 설명 1: 브랜드 정체성은 '본질', '철학', '핵심가치' 등과 같은 개념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후 설명에서 사용하는 '정체성'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개념들을 포괄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사전 설명 2: 브랜드 형성의 중요한 두 축인 ‘정체성’과 ‘일관성’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결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브랜드 전략을 논할 때는 항시 이 두 가지 개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1. 브랜드에 대한 공통된 오해]

그동안 여러 기업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많은 고객사 구성원분들로부터 에 관한 공통된 질문이자 오해를 접해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관련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브랜드'라는 방대한 전략 체계의 한 부분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담으로 모 고객사의 구성원 한 분이 "나는 아직 이런 개념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겸손을 보여주셨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한 걸음 먼저 다가가고 질문하는 태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태도가 모든 기업이 지향하는 '인재상'에 더 가까울 테니까요.

본론으로 넘어와서 그동안 받은 공통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시장은 변화무쌍한데 우리 기업의 정체성을 하나의 고정된 틀에 맞추는 것이 맞을까요?"

그리고 이에 대한 저의 공통된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몇 가지 개념들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정체성과 일관성이라는 것은 고정된 틀과는 오히려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해가 왜 발생하는지, 현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또한 오늘 다룰 내용은 조직 관리뿐만 아니라 영업과 마케팅 현장에서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가치 ‘시딩(Seeding)’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했지만, 브랜드의 표면적이 아닌 깊은 부분을 다루는 내용이라 다소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천천히 읽어보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 '일관성'과 '획일성'을 혼동]

우선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오해는 '정체성(identity)'이라는 단어에 필연적으로 따라붙게 되는 '일관성(consistency)'이라는 단어를 혼동하는 것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한 축인 '일관성'을 모든 조건이나 형식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덕분에 브랜드 메시지, 전략, 조직문화, 인재상, 디자인 등 모든 요소가 예외 없이 고정된 틀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모든 커뮤니케이션 접점에 'Just do it' 이라는 슬로건이 동일하게 고정되어 표시되어야 하는 것 정도로 느끼는 것이죠. 그러나 어떤 요소들을 예외 없이 동일한 틀에 맞추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는 '획일성(uniformity)'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브랜드 정체성 자체'와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는 브랜드가 생명이 다해 새롭게 탄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불변'입니다. 반면, 후자는 그 맥락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무한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고, 슬로건, 캠페인, 디자인 등의 표현 수단은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정체성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진화되어야 하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마침 월드컵 시즌이었으니 축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선수들이 동일한 휘장이 새겨진 유니폼(uni+form, '획일성'과 같은 어원을 지님)을 입고, 동일한 폰트로 백넘버와 이름을 표기하는 것은 대표적인 획일성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므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 지역, 역사, 문화와 같은 요소는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정체성’에 가깝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팀의 철학과 문화, 플레이 스타일은 오랜 시간 일관되게 축적되며 그 팀만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갑니다.

우리가 ‘브라질 축구’라하면, ‘삼바’로 대표되는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표현 수단이 달라지더라도 그 정체성, 즉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참고: 전술, 감독, 코치진, 선수 구성 등은 그 정체성을 구현하는 수단입니다.)

[3. '일관성'과 '관성'을 혼동]

두 번째는 '일관성'과 '관성'을 혼동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둘은 같은 '문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해가 많습니다. 그러나 민간전승적으로 반복되는 업무를 지적하기 위해 일컫는 '관성(慣性)'은 브랜드에서 언급하는 '일관성(一貫性)'과는 전혀 다른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관성의 '貫(관)'은 무언가를 연속적으로 '꿰어 연결'하는 것이고 관성의 '慣(관)'은 '버릇'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브랜드에서 언급하는 '일관성'을 '관성'으로 잘못 이해하게 되면, '어떤 형식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활동' 정도로 오해하게 됩니다.

관성: 진취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성'이라는 것이 조직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적에 맞지 않는 오랜 규칙을 바꾸려 하지 않는 태도, 아무런 의심없이 기존 프로세스를 계속 유지하는 관행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관성: 다양한 상황과 접점을 관통하면서도 어떤 방향과 중심을 잃지 않고 이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관성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지만, 일관성은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가치와 원칙 등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의미하는 것이니 오히려 관성과는 반대에 위치하는 듯한 개념입니다.

다만 '관성' 자체는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중립적인 표현이므로 본래 부정적 단어라고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이를테면 어떤 업무 프로세스의 가장 안정적인 상태는 '일시적 관성' 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4.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오해]

앞선 이유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을 하나의 고정된 모습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본래 ‘브랜드 정체성’이라는 용어는 브랜드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를 고객 접점에서 일일이 나열하고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효율적이고 함축적인 개념으로 묶어 소통하기 위해 등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Think Different'​라는 표현 역시 단순히 '다르게 생각하라'는 그 언어적, 표면적, 사전적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애플이 오랜 시간 일관되게 축적해 온 철학과 역사, 제품과 디자인, 그리고 시장에서 형성된 수많은 맥락이 함께 함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설명을 빌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표면적인 의미보다 '맥락'이 언제나 상위 개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표면적인 의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단어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과거 앙리 베르그손의 이론을 통해 설명했듯이 '언어의 표현'이라는 것이 본래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흐름에서 특정된 부분을 포착해 이름을 붙이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어나 문장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맥락을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브랜드 정체성'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과 문제 해결, 제품 기획, 조직문화, 비즈니스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은 결국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들이 '브랜드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참고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로그인 폼이나 신분증에 등장하는 ID (identity or identification) 역시 여러분의 다양한 특질, 개성, 외모, 말투, 성격, 성별, 역량 등을 'ID'라는 영문자를 통해서 '나의 정체성'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 뿐입니다.

[5. 브랜드를 '시각적 표현'으로 혼동]

또 하나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시각적 표현' 으로 이해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오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브랜드를 가장 먼저 접하는 방식이 로고, 색상, 슬로건, 제품 디자인과 같은 외적인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오해가 실제로 많은 기업의 성과를 붕괴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 우선 기업 철학, 브랜드 정체성, 조직문화, 인재상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는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 역시 쉽지 않습니다.

반면 로고와 디자인 시스템 같은 '시각적 표현 요소', 그리고 매출, 실적 등의 KPI, 운영 프로세스와 매뉴얼 등의 '실행 체계'는 눈에 보이고 측정도 용이하므로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동일한 실수를 범합니다.

그것은 디자인 가이드를 철저히 준수하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며, 매출 등의 KPI 달성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브랜드 경쟁력이 유지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조직은 철학, 정체성, 조직문화 등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보다 눈에 보이는 표현 형식과 실행 체계를 관리하는 것에만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게 되면서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 형식과 실행 체계들도 브랜드 명성과 에쿼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이것들은 다양한 '수단'들일 뿐 '브랜드 그 자체' 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6. '정체성', '일관성' 그리고 '조직문화']

당연한 사실 중 하나는, 앞서 설명한 개념들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일수록 '인재상', '컬처 덱'과 같은 명문화된 조직문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러한 문서들을 다양성을 억압하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틀을 요구하는 '행동강령','획일성(uniformity)' 수준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문화된 조직문화는 개인의 개성이나 성격을 '획일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직무, 전문성, 업무 환경 속에서도 '우리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원칙에 비추어 무엇이 더 바람직한 판단과 행동인가'를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실제 '조직문화'라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반복적으로 적용되고 실천될 때 비로소 형성되고, 유지되며, 발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7. 브랜드의 전략적 함의]

오늘은 '브랜드 정체성'과 '일관성'에 대한 개념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는 단순히 몇 가지 정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을 한 번 읽는 것만으로 그 복잡한 메커니즘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은 결국 우리가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는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것도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들은 당신의 기업과 제품 브랜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왜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는지? 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이 "너희의 정체가 도대체 뭐야?" 라고 물었을 때, 조직 구성원 각자의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본질, 철학, 핵심가치 등'의 이해를 통해 그 중심이 유지되는 일관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에서 이야기하는 정체성(identity)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브랜드 '정체성'을 이해하고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틀에 맞춰 일하라', '모든 접점에 동일한 표현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원칙을 공통의 기준으로 삼아 일관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들이 조직 의사 결정, 전략, 제품, 서비스, 디자인 등 모든 고객 접점에 일관되게 드러날 때, 비로소 고객이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본질적 가치'를 이해한 상태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AI 기능을 만들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더 가깝게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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