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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Adam Smith, Scotland, 1723~1790)는 유명한 저서 『국부론』 덕분에 흔히 경제학자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도덕감정론』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가 경제학을 넘어 도덕·사회·정치 전반을 탐구한 철학자였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 『도덕감정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인 ‘동감(Sympathy)’과 ‘공감(Empathy)’, 그리고 ‘감탄(Admiration)’과 ‘경탄(Wonder)’의 차이와 이해를 통해 조직을 살펴보려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조직의 협업과 신뢰의 기반이 되는 ‘동감’과 ‘공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소 생소한 이야기지만 이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조직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감된다", "공감 능력이 중요해"와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또 "동감합니다"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과 '동감'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철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이 두 개념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오늘 언급할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역시 두 개념의 차이를 잘 구분하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 질서가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공감(empathy)' 능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 즉 '동감(sympathy)'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보았습니다.
『도덕감정론』에서 정의하는 '공감(empathy)'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누군가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는 감정적 연결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동감(sympathy)'은 이런 단순한 감정이입이나 연민과는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타인의 감정과 동기를 자신의 상상 속에서 함께 경험하되, 이를 이성적으로 비교하고 판단하며 승인하거나 동의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 왜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되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나 조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1: 국내에 번역된 『도덕감정론』은 번역본에 따라 sympathy를 '동감' 또는 '공감' 등으로 혼재하여 번역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empathy를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감정적 공유'의 상태인 '공감', 그리고 sympathy는 이러한 감정적 공유를 포함하면서도 이성적 판단을 아우르는 보다 고차원의 개념인 '동감'으로 구분하겠습니다.
'동감'은 개인 간 관계를 넘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왜 그럴까? 우선 타인과 단순히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만으로는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과 같은 명문화된 규범을 만들어 사회 구성원의 행동 기준을 정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명문화된 규범만으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변수를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에는 법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수많은 맥락과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동감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동감은 사회가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기준과 가치에 기반하여,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입장에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하고 비판하거나 스스로를 절제하기도 합니다.
- “아,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힘들겠구나”
- “그 사람의 행동에는 이런 이유가 있구나”
- “저 사람의 행동은 옳지 못해”
이런 방식으로 ‘동감’은 명문화된 사회 규범이 미처 닿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도덕’이라고 합니다.
동감에 기반한 사회 질서의 메커니즘은 기업 조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직 역시 다양한 이해 관계와 역할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는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직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조직이 추구하는 기준과 가치에 비추어 판단하고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동감'의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사회 규범의 빈틈과 마찬가지로 조직내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들은 사내 규정과 프로세스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수한 조직 문화가 ‘세밀한 규정집’과 ‘철저한 통제’로 이루어진 것으로 착각하지만, 명문화된 문서나 컬처덱 등은 기업의 정체성에 기반한 포괄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조직 문화는 명문화된 문서만으로 생기지도 않으며, 하루 아침에 생기지도 않고, 저절로 생기지도 않습니다. 조직 문화는 기업이 추구하는 지향점에 기반하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것을 내재를 위한 노력, 가치관, 태도, 업무 방식, 사고 방식 등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바로 여기서 ‘동감’이 조직 안의 암묵적 규범들을 자연스럽게 만들며 조직 문화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의 핵심은 ‘특정 상황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자유롭게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 환경, 문화 등을 조직이 지니고 있는가?> 입니다. (따라서, 이 조직 문화에 큰 영향을 주는 ‘채용’이라는 업무는 이런 이유들로 몇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직 내에서 특정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구성원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 감정이 어떤 상황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동기와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타당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감은 단순히 구성원에 대한 연민이나 위로가 아니라 상황을 공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이 이러한 동감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공정하게 평가된다고 느낄 때 조직과 리더, 그리고 동료를 더욱 신뢰하게 됩니다. 반대로 일방적인 양보나 인내를 요구하거나, 단순한 위로나 격려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조직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조직 의사결정에 대한 정당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고객이 처한 ‘상황’과 ‘고통 요인’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감각과도 직결됩니다. '비즈니스'라는 것은 고객이 처한 상황과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태도이며, 이 역시 '동감'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동감’이 부족한 조직에서는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상호작용'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작용은 단순히 개인간의 친밀도로 대표되는 '공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CEO와 관리자들은 이런 공감 수준의 상호작용만을 조직 문화 유지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공감 역시 건강한 조직 문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동료의 승진이나 출산, 경사를 축하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 조사에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 역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한 축입니다.
그러나 조직 문화와 혁신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된 개념은 '동감 (sympathy)'입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부딪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이때 조직 내에 '공감'만 가득하다면, 관계를 해칠까 두려워 날카로운 비판이나 과감한 제안, 문제 제기를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에 조직은 점차 경직되고 혁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반면 동감이 잘 작동하는 조직이라면 단순히 동료의 기분을 맞추는 것에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해결하려는 '문제의 가치'와 '목적의 정당성' 등에 주목합니다. 설령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이견이 있더라도, "네가 풀려는 그 문제가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 깊이 동감해"라는 이성적 신뢰가 바탕에 깔리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성적 신뢰는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고,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채 창의적인 시도와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기업의 경영진과 리더가 단순한 친밀도가 아닌 조직 내에 'Common Vision' 중심의 연대가 얼마나 단단히 형성되어 있는지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또한 높은 동감 수준을 지닌 조직은 업무 추진 과정에서의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Slack'과 같은 협업 툴에서 오가는 댓글, 스레드, 이모지 등의 리액션입니다. 이때 조직의 리더들은 업무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리액션과 단순한 감정적 공감의 리액션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을 지녀야 합니다.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감의 상호작용은 서로의 관점을 치열하게 교류하고 이해하려는 협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즉, 구성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정체성, 고객의 문제, 그리고 사업 방향성에 얼마나 깊이 공명하고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인 셈입니다. 따라서 이를 조직의 혁신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동감이 타인의 감정과 동기, 행동을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판단하는 사회적 능력이자,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조직에서도 이러한 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는 조직 내부를 넘어 고객과의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객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의 원인,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맥락까지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객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 '무엇을 불편하게 느끼는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진지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개인과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공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감에 더해 상대의 관점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며,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동감'의 능력을 꾸준히 키워나가야만 개인과 기업이 혁신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2: 애덤 스미스는 생전에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단 두 권의 저서를 출판했습니다. 사후에 두 권의 저작이 추가로 출간되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의 생전 의도에 따라 완성·출판된 정식 저작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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